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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조경신문 <조경가 이야기> “내 인생 최고의 작품? 아직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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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연 조경디자인린 대표
신사동 어느 골목에 있는 조경디자인 린은 설계사무소로선 특이하게 1층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여느 조경설계사무소와 비슷한 풍경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이재연 조경디자인린 대표 역시 여느 조경가와 같은 디자이너 특유의 날카로운 분위기를 보였다. 하지만 무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다가도 조경 작품에 관한 이야기에는 이내 아이와 같은 미소를 짓는 그는 정말 조경을 사랑하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경을 시작하고 단 한 번도 조경 이외에 다른 일은 생각해본 적 없다는 천상 조경가, 이재연 대표와 함께 그의 조경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편집자 주>


조경설계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계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가 조경학이란 학문이 있다고 알려줬다. 그 이후 호기심이 생겨 도서관에 가서 서적을 찾아서 봤는데, 그 순간 한눈에 반해버렸다.
그 책을 보는 순간 머릿속으로 미래의 내 모습이 그려지고 다양한 모습이 연상되는 마치 해리포터의 마법과도 같은 경험을 했다. 그때부터 내가 갈 길은 조경이라고 생각했다. 신기하게도 단지 책 몇 권에 내 인생을 결정된 것이다.
대학을 지원할 때도 1·2·3지망 모두 조경학과를 적었다.(이재연 대표는 학력고사 세대다.) 사실 1지망이 떨어지면 2·3지망에서 같은 학과에 붙을 확률은 거의 없지만, 그냥 그렇게 썼다. 그만큼 다른 학문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떨어진다는 생각조차 못 한것 같다.
그렇게 입학한 대학생활은 정말 재밌었다. 다른 과목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전공과목만은 누구보다도 신나게 공부했다. 대학 시절 동안 조경이 더욱 좋아졌다.

그렇다면 조경이 지겨워지거나 싫어진 경험은 없는가?
지겹다고 생각한 적은 아직은 없다. 하지만 설계가 잘 안 풀릴 때는 내 실력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곤 한다. 이 문제는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도 마찬가지다.
물론 일을 하며 발생하는 일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그래도 나름 오랜 기간 같은 일을 해왔기에 빠른 해결이 가능해졌지만, 디자인 문제는 그런 것과는 다르다. 디자인은 창의력, 감각 등 기술 그 이상의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디자인적 문제의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우선 공부와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때문에 디자인적 한계에 부딪히게 되면, 우선으로 내가 공부에 소홀해진 게 아닌가 하며 자책을 하게 된다.
또 다른 해결방안은 직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또한 내가 잘 안되면 다른 직원에게 한번 해보라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재밌고 색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회사이름이 특이하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린은 LHYN이라고 쓴다. 이중 L은 이재연, H는 황란, Y는 윤영조를 의미한다. 처음 셋이서 같이 창업했기에 셋의 이니셜로 회사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N은 확장성, 미래지향적,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우선 ‘AND’의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Network’의 뜻도 가지고 있다. 또한 사람을 의미하는 N을 뜻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는 우리 직원들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N’은 다양하게 해석된다.

조경디자인린에서 설계한 최고 작품을 꼽는다면?
솔직히 ‘최고’란 단어를 함부로 쓰기는 굉장히 조심스럽다. 예전에 인터넷을 보다가 나온 어떤 시의 한 구절을 금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으로 대신하겠다. ‘모든 시인은 단 한 편의 시를 꿈꾼다. 그 한 편으로 자신의 생과 이 세계에 완벽하게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언어의 구조물을 꿈꾼다’라는 구절이 이 질문의 답으로 적합할 것 같다.
디자이너에게 ‘최고’라는 것을 물어보면 아직 진행 중이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최고의 작품을 위해서는 아직은 더 오래 일을 해봐야 될 것 같다.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으라면?
이 질문엔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설계에 관련된 일은 ‘행복도시 첫 마을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국제현상공모였는데 회사를 오픈한지 불과 1년 만에 당선된 큰 프로젝트였기에 대외적으로 회사를 알릴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고, 아무래도 처음으로 큰 프로젝트에 당선됐기에 그 당시에는 굉장히 좋아했었다.
두 번째 역시 회사 초창기인데, 역삼동에 있는 고급 정원이다. 이곳을 조성하기 위해 당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기술력과 열정, 아이디어를 쏟았다. 거기에 있는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도 일일이 크기를 재고 선별하며 하나하나 직접 만든 정원이다. 이곳은 지금도 해마다 방문해 관리해주고 있다. 아무래도 기억에 남는 건 처음의 감동인 것 같다.

설계할 때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이 있나?
처음부터 디자인 방향은 ‘현실성’에 둔다. 우리는 항상 만들어질 수 있는 설계를 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한다. 현실성에 바탕을 두고 우리 당대에 실현이 돼야 하는 것이 우리만의 원칙이라는 것이다. 기술력이 부족해서 100년 뒤에나 가능한 것은 그림을 그려 추상화처럼 혼자 감상하면 된다. 우리는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이기에 현실에 맞는, 실현 가능한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최대한 현실적인 설계를 해도 현장에서 많이 바뀌지 않는가?
물론이다. 그런 건 자주 있는 일이다. 안타깝게도 차이가 있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정원의 경우엔 우리가 직접 시공을 하는 것이다. 정원은 설계, 시공을 다 한다. 물론 시공을 하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설계대로 시공이 불가능할 때 우리 손으로 다시 설계해서 시공할 수 있기에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뿌듯하기도 하다.
사실 현장에서 설계가 변경되는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조경정도는 자기 손으로 바꿔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특히 민간 쪽에서 발주되는 사업의 경우엔 오너나 현장소장의 판단으로 교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하며 슬럼프에 빠진 적도 있나?
일에 빠져서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왔기에 따로 슬럼프는 없었다. 특히나 지금은 고민하더라도 윤영조 소장, 창업 초기부터 함께한 정윤호 이사와 함께 셋이서 고민을 하므로 항상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슬럼프 문제는 아니지만 요즘 경기가 너무 좋지 않다. 2008년까지는 일도 많고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하는 대로 결과물이 생겼지만 2009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최악의 상황을 경신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어느 회사든지 마찬가지일 것이고 조경계 전체의 고민일 것이다.

또 다른 힘든 상황은? 혹은 애로사항은?
지금의 조경설계시장의 상황은 애로의 문제가 아니라 존폐위협에 놓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 중에 가장 안타까운 점은 상대방과의 단가싸움이다. 일을 해야 하기에 저가경쟁을 하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슬프다. 서로가 그러면 안된다는 걸 잘 알지만 어쩔 수 없는 가혹한 현실 속에 놓인 것 같다.

그렇다면 어려운 현실의 극복방안은?
사실 나부터가 지금 위기의 극복방안이 있다면 정말 알고 싶다. 우리는 단지 해오던 일을 놓치지 않고 계속하려고 애쓴다. 또한 처음 마음을 잃지 말자는 생각으로, 열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해법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가짐과 스타일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현실의 극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정원산업이 이슈다. 정원의 비전에 대해 말해본다면?
정원이 비전이 있다, 없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원을 설계하는 것은 조경가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의 일이기에 놓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다. 큰 공원, 아파트 조경부터 작은 정원까지 균형 있게 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정원설계는 디테일하기에 분명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직접 느끼고 현실화할 수 있기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 또한 매력이 있고 재밌는 일이기에 놓칠 수 없는 일이다.

올해의 목표는?
개인적인 목표는 작년에 딱 30년 만에 금연을 했다. 하지만 담배를 끊으며 살이 많이 쪘다. 그래서 올해는 살을 빼려고 한다.
또한 회사의 목표를 말하자면, 경기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무엇을 해주겠다는 약속은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윤 소장과 함께 열심히 뛰어서 지금 있는 우리 직원들이 내년에도 웃으며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출처 : Landscape Times(http://www.l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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