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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조경 2014년 6월 <분당 주택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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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의해 정원은 완성되어간다

 

조경설계 : 조경디자인 린() + 라이브 스케이프()

조경시공 : 조경디자인 린()

건축설계 : ()상지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시공 : 위드건설()

 

 

 

이 정원을 만들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일까?

잎의 질감과 색감, 지나치게 원색적인 색의 식물과 흔히 쓰이는 수종들을 최소한으로 배제하고 주요 수종을 선택 해 나간다. 그리고, 시간(時間)과 시간(示間)의 조율.

 

식물들의 미묘한 변화는 늘 내게 감동을 준다. 이른 봄, 새싹이 돌기처럼 돌돌 돋아 연초록으로 빛나는 조팝의 잎눈이며, 조롱조롱 열리는 히어리 꽃이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면, 그 다음으로 줄줄이 이 나무, 저 풀이 너도나도 연속 꽃으로 흐드러져, 주체할 수 없는 계절의 힘은 온 정원 그득 이들의 기지개로 시끌벅적 하다.

이러한 식물들의 소담스런 잡담을 늦가을까지 반복 되도록 식물 구성을 한다. 이렇게 식물을 키우는 시간(時間)이 주는 미묘한 변화와 이 친구들이 피고 지는 사이(示間)의 조율만 잘 이루어진다면 하루가 다르고, 한 주가 다르며,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짓는 이 친구들의 정겨운 잡담이야말로 늘 풍성한 이야기로 가득한 정원이 되어 줄 것이다.

 

이 주택은 주변의 자연경관이 매우 우수한 남서울 골프장 후면 산자락에 자리했다. 대지면적이 약 800여평에 이르는 저택이다. 골프장 서측의 전원 단지로 조성되어있는 이 마을은 흡사 강원도의 풍경을 담았을 뿐 아니라 겨울의 기온이 아랫동네 판교와 약 5도 이상 차이 나는 것 또한 강원도 산간마을과 닮아있다. 짧은 기간에 많은 종의 봄꽃이 피고, 여름엔 녹음이 짙고, 가을엔 단풍이 맑다. 물론 겨울의 온도가 많이 낮아 식물의 월동 준비가 시내의 정원 보다 더욱 꼼꼼함이 필요하다.

 

 

입구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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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밖은 겹벚꽃나무와 계수나무를 대표수목으로 심어 봄과 가을의 정취를 살리도록 한다. 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면 손님을 반기는 오래뜰을 계획한다. 작은 물소리와 오죽을 심어 좁은 공간을 풍성하게 느끼도록 한 입구정원이다. 옆집의 정원이 그대로 노출이 되어 에메랄드그린으로 차폐식재를 하여 보더(Border)가든으로 마감한다.

 

 

앞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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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는 넓고 주변 자연이 좋은 이 땅을 마지막까지 살 곳이라 정하셨다. 마당은 최대한 넓은 잔디마당으로 원하신다. 주변의 시선을 가리면서 자연 경관은 조망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옆집 2층에서 보이는 시선을 막아야한다. 건축의 방향이 이 집만 정 남향으로 앉히면서 옆집 창문에서 이집의 마스터 룸이 그대로 노출 된다. 수목을 구입하기 전 실제 크기의 작대기로 세워보고 나무 크기를 먼저 정한다. 무슨 나무가 좋을까

낮은 곳은 에메랄드그린을 입구정원에서 연장하고, 높은 곳은 초대형 백송과 소나무로 배식 해 본다.

 

앞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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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과 바로 연결 된 앞마루는 늘 식사 후 차를 한잔 마시거나 저녁 식사를 하는 분위기 좋은 곳이다. 깔끔하면서도 자연미를 느낄 수 있는 분위기 연출이 관건. 모던한 자주 빛 코르텐 화단 위로 빈카마이너를 내려뜨리고 황금주목과 무늬 병꽃을 열식해 공간의 질서를 찾으면서 자연스러움을 준다. 흐르는 작은 물과 단조로운 화단의 직선을 자연석으로 살짝 비튼다. , 만족스럽다.

 

안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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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근교의 단지에서 이만큼 넓은 정원을 갖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앞마당과는 전혀 다른 건축주 내외 두 분 만을 위한 사색하고, 산책하며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그야말로 작은 숲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 그랬더니 안뜰도 거실처럼 잠옷바람으로 자주 나오실거라 하신다.

, 여기도 마구마구 차폐다.

대상지는 식물을 넣어도 넣어도 끝이 없는 느낌이었다. 초대형 주목으로 외부의 모든 시선을 가린다. 오히려 넓은 뜰이 아늑해 진다. 하지만 하부목 선정에 문제가 생긴다. 너무 그늘이다. 다행히 서쪽의 잔광이 길게 드리우며 모자란 빛을 조금 채운다. 산수국, 노루오줌풀, 청나래고사리, 고비, 무늬둥글레, 노루귀 등 너희들은 심을 수 있겠구나.

 

안뜰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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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운동실과 안뜰을 연결하는 공간이다. 주변 산기슭의 숲과 연결되도록 디자인하여 수목 중첩효과로 인해 더욱 깊은 공간으로 느끼게 한다.

서늘한 날씨엔 아침볕이 따스하고, 여름 오후로 기울어 갈 때는 그늘이 깊어 편안히 쉴 수 있는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다.

단조로운 데크 형태에 자연석이 파고들어 건축의 직선을 살짝 깬다. 한낮의 빛이 좋은 공간으로 사초류의 식재가 제법 어울리는 공간이다.

 

뒤뜰, 선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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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뜰과 선큰은 지하층의 가족실까지 외경(外景)을 접하게 하기위해 건축설계자가 다소 무리하게 디자인 한 공간. 뒤뜰은 오히려 지나친 높이차이의 옹벽을 자연석으로 쌓아 극적인 연출 효과가 이루어졌고, 선큰은 식물의 선택과 식생여건이 그리 좋지 않아 까다롭게 관리되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정원은 늘 살갗이 스치는 자연이다

 

자연의 미세한 거동에 이들은 듣고 눕고 잠든다

흙과 바람, 그리고 태양의 온기어린 빛으로

주름과 결각에 그들의 시간이 기록 된다

뜨거운 계절의 땀 내 나는 손길과

동면의 시간을 지나온 발소리가

찰나의 기록으로 이들의 몸에 켜켜이 아로새겨진다

 

시간에 의해 비로소 정원이 완성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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