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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조경 2016년 6월 <칼럼_설계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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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를 찾아서

 

5월호 특집 설계사무소를 시작한다는 것을 읽고 몇 마디 거들고자 한다. 아니 솔직히 얘기하자면 그런 내용이었으면 좋겠다는 원고 청탁을 받았다.

배정한 교수의 글처럼 시작하는 젊은 그들의 참신한 태도와 작업 방식의 행복한 동거에 나또한 박수를 보내며, 나의 처음 설계사무소 창업부터 지금까지 사무실을 운영해 오면서(어쩌면 운영되어진) 느낀 점 중에 아직까지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몇 가지를 이야기 할까 한다. 다만, 나의 뼈 속까지 아는 지인들과 나의 사무실 가족들이 이 글을 보면서 과연 이 사내의 허구인지 진실인지 모를 의심의 눈초리 사이를 아슬아슬 줄 타듯 잘 넘어가 진심으로 보여 지기를 기대하며.

어릴 적 나 또한 풍운의 꿈을 안고 설계사무실에 입사를 했다. 첫 출근 하는 날 강남역에 내려 사무실까지 걸어가는데 역 안의 레코드사에서 아침부터 음악이 흘렀다.

베토벤 교향곡 9합창” - 환희의 송가가 나의 등 뒤로 웅장하게 흐르고 있었다. 마치 나의 첫 출근의 위대한 첫 걸음을 환희로 채워 주듯이...

나는 전율을 느꼈다. 그렇게 영광스런(?) 나의 조경업은 그렇게 시작 되었고, 17년이 흘렀다.

그때 창업을 했다. 마흔 둘의 나이에 시작한 설계사무실 창업이라 주변에서는 좀 늦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처음 시작을 동업으로 했기에 마음의 부담을 나눌 수 있었다.

현재는, 당시의 계속된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무거워진 회사 규모에 매출대비 고정 지출의 규모가 너무 커 경영악화로 이어졌고, 그로인해 규모의 슬림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독립을 해 서로의 길을 찾아 나선지 좀 되었지만, 선택은 옳았다.

 

시작하는 설계사무소 소장님들의 여러 이야기 중, 참신한 작업 방법과 환경조성, 그리고 부러워 할 만 한 스펙까지 갖추어진 젊음을 보면서 지금 같은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많은 능력을 지녔구나 하는 안도와 부러움이 앞서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허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좋은 설계안이 나온다고 믿고, 직원들과 허물없이 호형호제를 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설계사무소라 하더라도 엄연히 존재하는 건 이익이 창출 되어야 하는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참신하고 의욕 충만한 새로운 설계사무실이어도 그를 책임지는 대표자는 어딜 가나 떠나지 않는 크나큰 책임이 있다. 설계에서 일어난 오류나 문제는 일 잘하는 임원이 해결할 수 있다. 세금이며 회계문제는 전문 세무사에게 맡기면 된다. 하지만, 대표만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

 

첫 번째는 직원과의 약속이다. 모를 리 없는 이 야야기를 구태여 꺼내는 이유는 최근 몇 년간 경기가 악화 되고 회사의 수주가 바닥을 찍는 악순환이 연속 되면서, 대표는 나름 최선을 다해 뛰고 또 뛴다고 생각하는데, 직원들이 반만 알아줘도 고맙기 그지없다. , 직원들은 열심히 하는데 대표가 보기에는 무언가 모자라고 아직도 성이 차지 않는다. 대표의 눈에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불만이 생기고 다그치기 시작한다. 경영자와 직원 간에 간극이 벌어진다. 서로가 이해해 주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거리라고 인정해 버린다. 이는 어쩌면 사용자와 피사용자 간에 회사라는 사회통념적인 선입견에서 비롯된 거리감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는 서로 다른 입장차를 조금이라도 이겨내는 방법은 없을까? 하나 있는 듯하다. 내가 직원이었을 때를 기억해 내는 것. 나는 그 당시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무엇이 불만이었고, 무엇에 만족 했는지를.

나는 설계사무소를 이렇게 이끌어 갈 것이다는 처음 가졌던 자신만의 신념을 부적처럼 지니고 살아야 할 것이다. 무언의 다짐도 약속이다.

대표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해야 한다. 직원으로 채용한 사람을 믿어야 한다.

위의 경우를 모두 직원들과 새끼손가락 걸고, 또는 계약서를 쓴다고 성립되는 약속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은 잊기 마련이다. 이정도면 됐다하고 마음을 놓는 순간 사무실 가족들과 함께 쌓아 온 탑이 언제 뿌리 채 흔들릴지 모른다. 창업하면서 큰 꿈을 꿀 당시 자신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스스로 묻어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내 곁에 있는 스마트 피플들이 없었다면 나의 오늘도 없었다.” 는 빌 게이츠의 회고를 잊지 말자.

 

두 번째는 설계사무소의 생명력 문제다.

장 자끄아노 감독의 불을 찾아서(Quest for fire, 1981)라는 영화가 있다.

8만 년 전 동굴에서 사는 울람족은 자연에서 생겨난 불을 이용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타부족의 습격과 야생 동물의 공격으로 불을 꺼뜨리고 만다. 이로 인해 이들은 추위에 떨게 되고 그동안 불이 주었던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울람족은 불을 자연에서만 얻어왔던 터라 다시 불을 얻기 위해 부족 중 세 명을 선발하여 불을 구하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난다. 목숨 걸고 불을 찾아 떠나는 여정 속에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불을 가지고 부족에게 돌아오지만 물속에 빠뜨려 천신만고 끝에 얻게 된 불을 잃는다. 결국 여행 중 구해낸 여성의 부족에게서 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어 다시 불을 얻게 된다.

이 영화에서 불의 의미는 생명이며 힘이다.

불을 중심으로 가족들이 모일 수 있었고, 불이 있어 맹수들의 위협에서 그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기에 목숨을 걸고 불을 지키려 애썼다. 불을 잃게 되자 목숨을 걸고 불을 찾아 나섰으며, 불은 반드시 얻어야 할 자신들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불이 있는 종족이 곧 힘 있는 종족이었다.

설계사무소에서 불과 같은 존재는 누가 뭐래도 설계이다. 설계는 우리가 지켜야 할 힘이며 생명이다. 설계사무소가 갖추어야 할 최종 병기이다.

가슴 설레는 기대를 안고 시작하는 설계사무소에 꿈틀대는 생명과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갖는 여러분들의 설계를 찾아서의 여정은 시작 되었다.

 

이글을 쓰는 내내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그런가?

 



이재연은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조경설계 서안을 거쳐 2006년 조경디자인 린을 설립했다. 2013년 조경박람회 초대 작가로, 2014년에는 정원문화 심포지엄 초대 작가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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