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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조경 2017년 10월호 <그들이 설계하는 법2>

최고관리자 0 769

 

작은 공간을 탐하다.

- 정원에 심취하게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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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의뢰인이 우리 회사의 진행 프로젝트를 인터넷으로 보고 아름아름 찾아 전화 한통이 왔다. 협의를 해 본 결과 약 5만여 평의 수목원을 조성하고 싶다는 제안이다. 그 후로 7년째 4번의 사이트 변경과 컨셉의 변경, 수많은 보고를 통해 비로소 마스터플랜이 최종 결정 되었다. 이제야 구체적인 투자비의 윤곽이 잡히고, 설계가 실현되려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2

설계 협의를 가면 의뢰인이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쉽고 간단하게 이거 이거만 넣고 끝내달라는 요구를 할 때도 있다. 한편으로는 아쉽지만 그래도 설계전문회사이니만큼 조금은 다른 컨셉과 디자인에 쏟는 시간을 최소화하여 속전속결로 끝을 내는 경우도 많게 된다. 대지 조성과 건축 신축을 하고 준공 마지막에 조경공사를 들어가니 어떤 경우는 까맣게 잊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XX현장이라며 전화가 오고 그때서야 이런 설계를 한 적이 있던가?’ 고민을 많이 하지 않은 설계 대상지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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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주거 할 주택을 지으려는데 정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현장을 가보니 골조는 거의 다 완성되어 있고 작은 마당과 작은 중정이 있는 개인 주택이다. 건축주는 아파트에 살다가 정원을 가지고 싶어서 모아 온 돈을 털어 집을 지었다고 한다. 자금이 부족하니 금액 안에서 최대한 멋지게 부탁한다고 한다. 건축주는 이미 본인의 정원을 그리고 있었다. 두 세 차례 협의를 통해 정원의 방향을 잡는다. 그리고 3주 후 건축주가 그리던 정원을 갖게 되었고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대구우방랜드, 인천국제공항, 행정중심복합도시 첫 마을, 웨이하이포인트 골프리조트, 하노이 반치 콘도 마스터플랜, 백학 관광 리조트 등 다수 마스터플랜 및 조경설계.

위에 열거한 것은 필자의 이력을 대외적으로 소개 할 때 전방에 배치되는 프로젝트 명이다. 모두 수 만평에서 수백만평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면적을 자랑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규모의 크기가 회사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수행 한 프로젝트 규모에 의뢰인들은 신뢰감을 갖는 모양이다. ‘저 정도의 규모를 수행 했으면 내가 맡기는 프로젝트도 잘 하겠지하는 일종의 대리 믿음 일 것이다. 설계사무실의 운영과 고유 규모를 유지하려면 본인을 위해서도 또한 수장을 따르는 직원들을 위해서도 대외적으로 알려 질 수 있는 대규모의 프로젝트와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회사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더 크게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허나 모든 프로젝트가 그러하지 못하니 회사 운영을 위한 프로젝트도 생기게 마련이다. , 어렵지 않게 진행하고 작업을 종료해서 높은 설계비는 아니어도 회사의 운영 자금을 좀 더 원활하게 하는 프로젝트들이다. 이렇게 크고 작은, 신경을 많이 쓰며 험난한 과정을 거쳐 설계가 완성되고... 그 다음은 가늠하기 어려운 시간을 기다려야 설계가 실현 되는, 그 사이 시간이 참으로 길다. 어떤 경우는 공사시기에 이르러 수종이 품절되었으니 설계변경을 해서 수종을 바꾸자는 연락이 오기도 한다. 중요한 공간인데, 수종이 바뀌면 분위기가 너무 달라지는데...

정원은 의뢰인과 일대일로 대화하며 풀어간다. 대화 중 의뢰인의 성향을 파악하게 되고, 대화 중간 중간 좋아하는 나무며 꽃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정원의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방향을 잡게 되고 온 뇌신경을 곤두 세워 내가 알고 있는 꽃 이야기며 어디 어디를 여행 했을 때 보았던 풍경과 감흥 그리고 계절별로 찾아오는 꽃과 단풍과 열매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수다처럼 늘어놓는다. “난 그거 싫더라, 어디 가면 뭐 있던데 그거 좋더라. 그리고 여기는 뭐 있으면 좋겠고 이거는 꼭 어딘가 들어갔으면 좋겠네요.” 하며 본인이 정원설계를 다 하고 계신다. 이제 의뢰인의 말을 도면에 옮겨 본다. 합리를 반영하고 불합리를 걸러내며 그의 마음에 쏙들만한 아이디어를 짜서 회심의 일격을 기다린다. 아이디어가 내 맘에도 쏙 드는 경우는 빨리 협의 할 날짜가 오기를 손꼽고, 그렇지 않을 때는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짧다. ‘흐흐, 이 걸 보여주면 깜짝 놀라겠지?’ 기대를 안고 보고를 한다. 의뢰인의 반응을 살핀다. “그거 언니네 집에도 비슷하게 했는데 난 그거 싫더라.” 의뢰인의 한마디로 팔월 어느 더운 날 강아지 혀끝 쳐지듯 축 늘어진다. ‘이런 비전문가 같으니, 이 설계대로 하면 정말 좋아지는데, 가치를 몰라보고, 역시 너무 평범한 사람이야, 그냥 평범하게 해줘버려?’ 뭉개진 자존심은 회복되질 않는다. 그래도 고객님이 오케이 할 때까지, 다시 심기일전, 다시 그리고 보고 고치고 근사한 CG 장전, ‘, 좀 평범한 것 같은데.’ 기대 반 걱정 반, ", 이거 좋네요. 이렇게 되면 정말 예쁜 정원이 되겠네요.” 의뢰인의 반응이 의외로 좋다. ‘내가 잘못 봤나? 안목이 좀 있으시네?’ 포 카드`를 쥔 강아지처럼 바로 꼬리를 흔든다. , 나의 이 줏대 없는 얄팍함이여!

과천 한 켠에 자리한 꽃 시장은 이맘때면 늘 분주하다. 설계에 적용했던 식물들의 상태를 살핀다. 이번 정원은 운이 좋다. 공사 기간에 맞게 식물의 상태가 아주 좋다. 가끔 끝물에 걸리거나 그해 식물 재배 상태가 좋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수종을 바꾸는 경우가 허다하다. 메인 식물을 고르고 그 해 새로 나온 수종을 살핀다. 월동 여부를 알아보고 개화기간 및 음지성, 양지성, 군식이 좋을지 독립성이 좋을지, 초장의 길이와 잎 색깔을 살핀다. 설계 도서에 없는 새로운 수종은 그 해 시기에 맞아 떨어지는 건축주에게는 귀한 선물이 된다. 땅을 갈아엎고 배수로를 만들고 자연석 및 기타 구조물 공사를 마치면 교목 식재로 들어간다. 현장 조사 시 가릴 곳과 트여 줄 곳을 현장에서 다시 실측하여 식재를 한 후 관목식재가 끝나고 계절별 다년생 초화류로 정원을 꾸민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했는가? 정원을 만들고자 하는 의뢰인은 이미 교목 보다는 꽃피는 관목에, 큰 꽃 보다는 작은 꽃에, 원색 보다는 파스텔 조의 색에 더욱 감동한다. 하여, 교목은 정원의 경관 틀을 만든다면 관목과 초화는 정원의 감동을 만든다. 필자가 관목과 초화에 더욱 신경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정원 100평 기준으로 공사 기간이 약 3주 정도 소요 되는 게 일반적인 공사 기간이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진행이 된다면 약 한 달에서 두 달 정도의 기간이면 자기가 상상하고 설계하며 꿈꾸던 무형의 형상들이 하나 둘 형체가 되어 내 눈 앞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설계하며 생각했던 것들과 현장과 설계의 오류들이 바로바로 확인이 되어 더 나은 방법을 찾게 된다. 시간이 되는 설계 직원들은 현장에 나와 식물과 디테일을 배운다. 일부러 각 정원 설계 담당자를 정해 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설계하기도 많이 바쁘다는 걸 알지만 본인이 설계한 현장을 바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크기에 본인 스스로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덩그러니 지어진 건축물의 대지에 풍경을 창조하는 작업. 생활하는 사람 가까이에 자연을 불어 넣는 일, 그리고 흙가루 만지며 꽃의 표정을 읽고 제 자리를 찾아 주는 일, 주택의 안과 밖의 풍경을 고려하여 내가 머무는 곳에 대한 애정을 듬뿍 안겨주는 일. 늘 미완의 작업이지만 시간이 완성으로 이끌어 간다. 그래서 이토록 작은 공간 만드는 이 일을 사랑한다. 이 작은 공간을 사랑한다.

 

모든 시인은 단 한편의 시를 꿈꾼다. 그 한 편으로 자신의 생과 이 세계에 완벽하게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언어의 구조물을 꿈꾼다. 그러나 시는 그 자체로 결핍이며 미완이다. 시 앞에서 시인은 항상 탄식할 수밖에 없다.

시인 남진우 신성한 숲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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