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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조경 2017년 11월호 <그들이 설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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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설계하는 법 201711월호

 

작은 정원 이야기 2

- 다섯 개의 시선

이번 호에는 그동안 정원 설계와 시공을 하면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특징 있는 아주 작은 공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본다.

 

 

1. 우면동 H주택 정원

- 숨겨진 풍경 찾기

 

20117월 어느 날 갑자기 불어난 빗물이 우면산 아래 조용하고 아늑한 형촌 마을을 수마가 덮쳤다. 당시 건축주의 회고로는 산에서 검붉은 흙물이 집주변을 온통 휘감으면서 대문과 담장을 무너뜨리고 길과 마당을 온통 뒤덮어 집들만 물위에 동동 뜬 인생 일대의 가장 무서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수마의 흔적을 치우다치우다 지쳐 결국 우리 사무실에 정원 공사 의뢰를 했고 현장 조사를 했다.

아담하고 오래된 2층 가옥 앞 작은 정원, 조사 당시 산림청에서 수해 대책 마련 차원에서 정원의 규모와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안정성에만 급급해 무지막지한 자연석을 이용해 석축을 쌓아놓은 상태였고, 곳곳에 수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안전이 우선이었던 건축주는 물로 인한 피해만 없으면 된다는 생각뿐이었다가 생활 하면서 쌓여있는 자연석 덩어리에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하였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 지 난감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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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자락과 맞닿아 있는 이 주택은 창문을 열면 우면산의 녹음과 산 공기가 집안으로 내어들고 새들의 울음이 바로 방 안까지 전해지는 그런 곳 이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하는 걸까? 주변 산의 경치는 매우 훌륭하지만 기존의 자연석 석축이 오히려 산의 흐름을 정면으로 막고 서있다. 산의 흐름을 가만히 살펴본다. 기존 암반의 흐름을 살핀다. 산림청에서 마구 쌓아놓은 석축에 눌려 있는 정면의 작은 둔덕이 눈에 계속 거슬린다. 주변을 꼼꼼히 살펴보고 그 작은 둔덕이 암반으로 되어 있는 걸 직감한다. 주변에 일부 노출되어 있는 암반을 보니 같은 암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드러내어 있는 모습이 훌륭하다. 과연 이 아래 멋진 암반이 자리하고 있을까? 도 아니면 모다.

건축주를 설득해 본다. 기존의 석축을 허물고 숨겨져 있는 암반을 찾아 노출시키면 좋겠다, 만약 맘에 들지 않으신다면 지금의 자연석 석축을 다 드러내고 정원석으로 다시 자연스럽게 쌓아 드리겠다며 확신에 찬 말씀으로 보고를 드리니, 처음엔 의아해 하더니 설득 끝에 믿어 보시겠다며 해보자 하신다. 그때부터 이 프로젝트는 드러내는 암반이 가진 자신의 모습에 따라 정원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판단했다. 기존 석축을 모두 들어내고 처음엔 장비로, 삽과 곡괭이, 나중엔 호미를 동원해 암석을 찾아내고 작을 골까지 파내었다. 다시 빗자루로 쓸고 물로 닦아내니 점점 그 형체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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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은 옳았다. 기계장비를 이용해 암반의 겉모습이 나타나기 시작 할 때부터는 온전히 사람이 삽과 괭이, 그리고 호미로 암반의 모습을 찾아갔다.

숨어있던 암반의 모습은 아름다웠고, 이 정원의 주인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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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평창동 H 주택정원

- 경사가 주는 풍성함

건축 개요 - 대지면적 : 539순수 조경면적 : 340철근콘크리트구조, 지하1층 지상 2

 

평창동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신축 주택이다. 먼저 다른 조경업체가 의뢰를 받고 진행하던 정원이었다. 그러나 건축주의 취향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여 전면 중단되고 우리 사무실로 연결이 된 사연 많은 정원이었다. 정원 일을 하다보면 생각지 못한 복병을 만나기 일쑤이다. 컨셉 및 설계 등 모든 보고가 끝나고 공사를 한창 진행하던 중에 부부 의견이 달라 나중에 업체를 바꾸는 경우(아마도 부부 중 한분의 의견만을 충실히 따르거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분의 의견 전달이 잘 못 되거나하는)와 분명히 스케치나 사례사진을 보여드리고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진다는 허락을 받은 후 공사 진행을 하고 있는데, 자기 생각과는 다르게 나온 것 같다는 경우 등으로 중간 하차를 하는 등 그 경우의 수는 아마도 지금 조경 업을 하는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하게 많을 듯하다. 필자 또한 수년전 후자와 같은 이유로 그동안 진행 했던 공사비는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채 공사 중 삽을 내려놓고 눈물을 삼키며 철수해야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는 사업 초창인지라 전문가로서 고객을 만족 시키지 못한 죄 값(?)이라 생각하고 그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그 일 이후로는 좀 더 심기일전하여 그와 같은 일은 아직 없지만, 아직도 컨셉과 설계 및 스케치 작업 후 계속 요구되는 보완 보고 후 공사비 조정이 끝내 안 되어 정원설계를 한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를 그대로 박탈(?) 당하고 쫓겨난다는 느낌의 일들이 아직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당연히 먼저 계약을 하고 설계 등 일을 진행해야하는 당연한 일의 순서가 아직 일부 개인정원 공사현장에서는 그리 잘 지켜지고 있지 않은 듯하다.

 

이 정원의 관심사는 주택의 입구가 되는 도로레벨과 정원까지 3층 높이차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연출 할 것인가 이었다. 택지구입 당시 구기산자락에 남아있는 대형 소나무 몇 주가 남아있었고 주인이 같은 옆의 주택과의 레벨 차이도 많이 나서 먼저 조경을 하던 업체에서 자연석으로 석축과 단을 조성하여 단순하게 처리를 해 놓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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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런 계단이 있는 경사 정원을 연출하여 3층 높이의 레벨차를 자연스럽게 극복하고 산책 계단을 통해 주 정원으로 바로 연결 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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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같은 방법으로 관리용 문으로 나는 계단을 처리하여 정원의 활용도가 비효율적로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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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수직옹벽을 제안하여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확보된 땅에 실내 수영장과 거울못을 수직 배치하여 정원에 다양한 경관을 연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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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호평동 테라스가든

- 식재 토심 확보하기

 

경기도 남양주군 호평동의 대형 테라스 주택의 작은 외부 공간.

80평의 복층형 주택공간에 비해 사실상 20여평으로 외부공간은 작았다. 건물을 따라 길게 들어선 테라스는 햇빛을 잘 받고 있었으나 주변의 고층 아파트의 시선에서 그대로 노출이 되어 있는 상태였으며 테라스에 녹지를 조성 할 계획이 없었으므로 녹지를 만들 수 있는 바닥마감과 창문턱의 높이가 12cm 내외로 아주 열악한 상황이었다. 외부시선으로부터 차폐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맞출 수는 없었지만, 근거리 시선만이라도 최대한 막을 수 있도록 고려하기로 했다.

 

전실, 입구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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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내려 대문을 열면 바로 전실과 함께 식당이 보이는 구조가 영 맘에 걸린다. 이곳을 외부 창으로 차단하여 실내로 만들고 실내정원으로 계획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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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연접한 정원을 그리고, 대문과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웰컴 가든이 되도록 계획 했다. 애초부터 정원으로 만들 계획이 없었던 터라 배수구와 토심을 확보할 여유가 없게 되어 있는 곳을 포장의 두께와 일부 자연석을 활용하여 어렵게 토심을 확보하고 대문에서는 일부 차폐가 되도록 하고, 현관과 식당에서는 정면성을 가진 작은 정원이 완성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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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 및 메인 정원

메인정원의 큰 문제는 기 조성된 앞으로 설치된 안전휀스와 좁은 폭의 기존 플랜터, 그리고 메인 정원이 되어야 할 장소의 토심 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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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넓은 거실에서 볼 때 정원이 최대한 깊어 보이도록 하고 싶었다.

토심 확보는 단계별로 낮은 포장과 중간중간 장대석을 깔아 그 두께에 기대에 점차 높이를 주어 최대한의 토심을 확보하고 기존 플랜터를 목재로 가리며 낮은 관목과 그라스류를 심어 녹지를 최대한 일체화를 하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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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작아 많은 수량을 넣을 수는 없었지만, 식물의 질감과 색감 그리고 크기를 달리 주어 좁지만 조금이라도 깊어 보이는 식재를 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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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뜰

마스터룸에서 아침에 잠깐 나와 바깥 공기를 마시며 차나 신문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작지만 독립 된 외부공간을 조성하였다. 마찬가지로 낮은 토심이 문제가 되었지만, 오히려 목재 데크를 만들고 고 장대석을 놓아 좁지만 최소한의 토심을 확보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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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으로부터의 시선 차폐와 아늑한 공간 조성을 위해 애메랄드 그린과 가을 단풍이 좋고 늦게까지 잎이 있는 화살나무를 주요 수목으로 계획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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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압구정동 클리닉센타

- 실내에서 창밖 풍경 만들기

 

압구정 역 근처 고급 클리닉 센타로 지하 1.5층에 위치하고, 각 치료실 창문과 창문이 서로 마주보고 폭 1.5m 내외의 골목처럼 녹지공간을 만들어 놓은 약 15평 정도의 대단히 작은 실내 녹지 공간이다. 정말 급하게 도움 요청이 와서 개략적인 안을 짜고 직원들과 철야 작업을 해서 완성한 공간이다. 정원 계획과 수목, 초화수배 및 구입, 시공 완료까지 사흘 밤낮에 걸쳐 정말 속사포처럼 만들어 낸 실내정원이다. 물론 개략적인 설계방향과 간단한 사례사진 몇 컷으로 우리를 믿어주고 흔쾌히 허락했던 오너의 결단력 또한 이일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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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이 1.5m 내외 공간에서 치료 받는 동안 손님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여 주는가가 관건 이었다. 압구정역의 활기에 반해 1.5층 지하로 입장하는 손님 입장에서 상상 해 보았다. 무언가 상상하지 못 한 풍경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좁은 폭과 바로 건너편 치료실이 창문을 통해 보이는 곳, 이곳에 무엇을? 숲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컨셉을 정하고는 고민에 빠진다. 먼저 오래된 숲의 느낌과 공간의 깊이를 주는 것은 수많은 수간의 원근감과 크고 작은 수목들의 원시성이라 생각해 왔다. 굵은 나무를 수간으로 연출 하고 크고 작은 관목을 창문에 근접하게 또는 떨어뜨려 심어서 원시성과 깊이감을 더하자, 그렇지만 폭이 좁고 천정고도 낮으니 굵고 수피가 좋은 자작나무 줄기를 위아래 자르고 연출을 위한 부분만 엄선하여 꽂아 넣으면 될 것 같았다. 깊은 숲 연출을 위해 20여주의 자작나무를 사용했다. 하부에는 잎이 큰 그린볼과 네프로레피스, 보스톤고사리, 중간목으로 줄기가 많고 잎이 많은 남천과 송오브인디안 종류들, 그리고 중간에 화분을 넣어 수생식물로 물칸나, , 속새 등을 계획 하였다. 더욱 깊은 맛을 주기위해 사이에 작은 산책로를 두었다. 실제로 손님들이 이용하지는 않지만 관수과 식물관리를 위한 길로 이용하도록 하였다. 보통 치료를 받는 동안은 탈의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보이지 않도록 커튼을 내리고 있다가 시술이 끝나면 커튼을 올리고 정원을 감상 할 수 있도록 했다. 창문과 창문 사이가 1.5m 박에 되지 않으므로 좀 더 세심한 식재 위치와 키를 고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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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병원이라 벌레에 굉장히 민감하였다. 간혹 실내 조경을 하고나서 날파리나 나방이 많이 들어 손님들이 기겁을 하는 곳이 생기기도 하고, 식물에게 이로운 토양을 사용하기위해 유기질이 많은 토양을 선택 했다가 지렁이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매우 조심스러웠다. 인공토와 소독된 토양을 사용하고 관수 시 액상비료를 투입하였다. 그리고 오픈하기 전 전체 수목을 소독하고 나서야 그런 불안감을 없앨 수 있었다. 이 또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점이다. 그렇지만, 너무 속성으로 공사한 경우라 시행착오도 많았다. 간혹 식물의 속성을 간과한 경우는 그대로 며칠 못가서 시들어 앓곤 한다. 실내의 광량과 통풍이 그러하다. 이를 세심하게 체크하지 않으면 식물의 생육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유지관리가 어려워진다. 이곳 또한 인테리어 설계를 하면서 치료실 사이에 녹지 도입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준공에 임박하여 조경을 발주한 일정관리나 그 녹지를 위한 통풍과 조도 등 제반 시설에 대한 배려는 아직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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