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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조경 2017년 11월호 <그들이 설계하는 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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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남동 녹지원 (기업영빈관)

- 수많은 프레젠테이션, 계약 그리고 많은 서류들

 

건축 개요 대지면적 : 560순수 조경면적(조경 공사 범위 면적) : 230철근콘크리트구조, 지하2층 지상 2

 

한남동 언덕 수많은 저택 사이에 서울의 남쪽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한 정원이다. 위에서 언급한 정원과는 좀 다르게 회사에서 영빈관으로 활용하는 공간의 정원이다. 물론 계약과 공사 진행을 발주회사의 담당 임직원들과 진행하게 된 정원이기도하다. 그렇지만, 모든 결정은 회사 오너에게 보고하고 오너의 승인을 받아 진행 되었다. 건설 관련 사업부가 있는 회사라 모든 일을 건설 사업부 기준으로 진행 해 계약과 공사를 진행하는데 그리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정원 일을 하면서 정원 공사 시점이 정확하게 지켜진 적이 별로 없었던 터라 오픈 시기에 맞추어 계획한 식물 상태가 오픈시점이 연기 될 경우에는 수정이 불가피 하기 때문에 계약 서류 내용과 맞지 않을 경우 그 상황에 적절한 경위를 설명해야하는 서류작성 등 조금은 익숙하지 않은 일들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담당 임직원들이야 현장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차후 감사에 대비해야하는 그들의 고충도 있으니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개인 주택과 개인 회사, 기업 오너가 직접 관여하는 정원의 경우 보고 절차 및 그 준비와 진행, 결정이 간단하고 빠르다. 하지만, 이처럼 건설 사업부가 있는 그룹에서 건설하는 건축물의 정원은 좀 다른 절차를 통해야한다. 기업 그룹차원에서 발주되는 조경설계도 많이 해 보았지만 정원공사 또한 그와 같은 진행 과정을 겪기 때문에 진행에 좀 더 긴 호흡이 필요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도 예외는 아니어서 설계 당시 건설 일정이 많이 수정 되었다. 본 프로젝트는 초기의 건축 설계부터 참여 해 왔다. 중간에 건축 개념이 바뀌고 건축설계사가 바뀌는 우여 곡절을 겪었지만 초기 조경안이 발주처의 맘에 들었는지 정원 설계를 이어서 할 수 있었다.

한남동, 성북동, 평창동 이태원동 등 소위 서울의 비벌리힐스로 불리는 이 동네들의 특징은 경사가 심해 자칫하면 공사 중에 위기를 맞는다. 산 중턱 경사에 주택이 많아 진입 도로와 정원의 레벨차이가 커서 건축 구조물이 완성 될 경우 정원까지 기계장비의 진입로가 없는 경우와 대규모 장비를 이용해서 장비와 자재 및 수목을 반입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또 어떤 길은 너무 좁아 장비가 들어서면 차량통행이 불가능해 민원이 빗발치는 경우도 많다. 지극히 당연해야하는 일이지만, 이 동네는 민원에 대해 경찰 당국이 아주 신속하게 움직이는 특징이 있어 이 곳 정원 공사를 하게 되는 업체들은 각별한 주의와 공사비 산정에 있어서 위 사항들을 사전에 꼼꼼히 체크하시길 바란다.

먼저 건축 설계는 대단히 간결하고 강렬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으로 풀어냈다. 그에 반해 식물에 관심이 많은 발주처 오너는 많은 수목들을 보기 원했다. 사실 여기서부터 오너가 가지고 있는 조경에 대한 생각과 건축디자이너의 생각 차이가 있었고, 그 사이에 조경설계를 하는 필자는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발주처 오너는 꽃과 열매가 풍성한 정원을, 건축가는 본인의 디자인 컨셉이 좀 더 확실하게 연출 될 수 있도록 조경 또한 간결하고 단순한 식재 설계를 요구했다. 그러다보니 필자는 보고 할 때마다 늘 극명하게 다른 두 개의 대안을 준비해 보고를 했고, 건축가는 오너에게 별도로 그의 디자인 컨셉을 관철하려 했지만 오너는 완고했고, 오히려 필자에게 좀 더 특별하고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많은 수종들을 요구했다.(이후로 우리 회사에는 그 건축설계사무소의 일이 오지 않음. 웃픈 현실이여)

먼저 설계는 설계대로 진행하고 공사 시점에 다가올 때를 즈음해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수목을 수배했다.

 

주차장

평소에는 주차를 하지 않으니 정원의 일부 같은 주차장을 요구했다. 건축의 디자인이 흰색 금속 판넬마감에 어두운 금속 벽체를 대비시켜 고장대석과 잔디, 수크령으로 단순 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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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원

꽃과 열매, 단풍이 풍성한 정원을 좋아하는 오너의 바램을 좁은 폭의 녹지 안에서 실현해 본다. 지하층이 있어 토심 확보가 어려운 공간은 대형목은 피하고 키큰 그라스류와 관목으로 풍성함을 유도한다. 금년에 특수목 추가를 요청해서 느티나무 괴목을 심었다. 사계절 관목과 초화의 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운용매화, 수양홍매화, 하수화해당, 백도, 월동시킨 탱자나무, 능소화(독립) 고목 등이 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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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큰벽천

이 공간은 지하 연회장에 접해있는 손님이 가장 가깝게 접하는 장소로 수많은 대안을 설계기간 내에 수없이 그려 냈던 곳이다. 건축가의 간결함을 요구하는 바램과 발주처 오너의 강렬한 자연의 유입을 요구해 대안 선정이 어렵게 결정 된 장소이고, 공사 기간이 가장 많이 소요된 공간이기도 해 필자에겐 애정이 많이 가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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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늘 살갗이 스치는 자연이다

 

자연의 미세한 변화에 이들은 듣고 눕고 잠든다

흙과 바람, 그리고 태양의 온기어린 빛으로

주름과 결각에 그들의 시간이 기록 된다

뜨거운 계절의 땀 내 나는 손길과

동면의 시간을 지나온 발소리가

찰나의 기록으로 이들의 몸에 켜켜이 아로새겨진다

 

시간에 의해 비로소 정원이 완성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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